← 과학 노트
과학 이야기·2026년 9월 7일

계절이 생기는 이유 — 거리가 아니라 기울기

여름은 태양이 가까워서 덥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지구는 오히려 1월에 태양과 가장 가깝습니다. 계절을 만드는 것은 23.5° 기울어진 자전축입니다. 태양 고도와 낮의 길이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남중 고도 계산까지 정리했습니다.

계절이 생기는 이유 — 거리가 아니라 기울기

여름은 왜 더울까요. "태양이 가까워서"라고 답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데 지구가 태양과 가장 가까운 때는 1월 초입니다. 북반구가 한겨울일 때입니다. 거리가 이유라면 1월이 가장 더워야 합니다. 게다가 우리가 여름일 때 호주는 겨울입니다. 같은 지구가 같은 거리에 있는데 반구마다 계절이 반대라면, 원인은 거리가 아닙니다. 답은 기울어진 자전축입니다.

자전축은 늘 같은 쪽으로 기울어 있다

지구의 자전축은 공전 궤도면에 수직인 방향에서 23.5° 기울어 있고, 1년 내내 같은 쪽을 가리킵니다. 그래서 공전하는 동안 어떤 때는 북반구가 태양 쪽으로 기울고, 반년 뒤에는 남반구가 태양 쪽으로 기웁니다.

지구의 공전과 자전축의 기울기 — 하지에는 북반구가 태양 쪽으로, 동지에는 반대쪽으로 기울어 있고, 자전축은 늘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북반구가 태양 쪽으로 기운 때가 하지(6월), 반대쪽으로 기운 때가 동지(12월)입니다. 그 사이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은 때가 춘분추분입니다. 남반구는 정확히 반대라서 12월이 한여름입니다.

자전축이 기울지 않았다면 어디서나 1년 내내 태양 고도와 낮의 길이가 같아 계절이 없었을 것입니다. 반대로 기울기가 더 컸다면 여름과 겨울의 차이가 지금보다 훨씬 심했을 것입니다. 23.5° 는 계절을 만들되 견딜 만하게 만드는 값입니다.

기울면 무엇이 달라지나 — 고도와 낮의 길이

북반구가 태양 쪽으로 기울면 두 가지가 한꺼번에 달라집니다.

첫째, 태양의 고도가 높아집니다. 같은 폭의 빛 다발이 지면에 비칠 때, 고도가 높으면 좁은 면적에 모이고 고도가 낮으면 넓은 면적에 퍼집니다. 손전등을 바닥에 똑바로 비출 때와 비스듬히 비출 때를 떠올리면 됩니다. 좁은 면적에 모인 여름의 빛이 땅을 더 세게 데웁니다.

태양 고도에 따른 빛의 퍼짐 — 고도가 높은 여름에는 같은 빛이 좁은 면적에 모이고, 낮은 겨울에는 넓은 면적에 퍼진다

둘째, 낮이 길어집니다. 하지 무렵 서울의 낮은 열네 시간을 넘고, 동지 무렵은 열 시간이 채 안 됩니다. 데우는 시간이 길고 식히는 밤이 짧으니 더 더워집니다. 춘분과 추분에는 어디서나 낮과 밤의 길이가 같습니다. 고도와 낮의 길이, 이 둘이 함께 계절을 만듭니다.

남중 고도 계산

태양이 정남쪽에 왔을 때의 고도를 남중 고도라고 합니다. 위도 φ\varphi 인 곳의 남중 고도 hh 는 자전축의 기울기만큼 계절에 따라 오르내립니다.

h=90φ+23.5h = 90^\circ - \varphi + 23.5^\circ하지
h=90φh = 90^\circ - \varphi춘분 · 추분
h=90φ23.5h = 90^\circ - \varphi - 23.5^\circ동지

서울의 위도는 37.5° 이니 하지의 남중 고도는 76°, 춘분과 추분은 52.5°, 동지는 29° 입니다. 하지에는 태양이 머리 위에 가깝고, 동지에는 남쪽 하늘에 낮게 걸립니다. 이것이 겨울에 햇빛이 방 깊숙이 들어오는 이유입니다. 하지의 남중 고도는 위도가 23.5° 인 곳에서 90° 가 되는데, 이 위도선이 북회귀선입니다. 그보다 북쪽에서는 태양이 머리 바로 위까지 오르는 날이 하루도 없습니다.

한 가지 더. 가장 더운 달은 하지가 있는 6월이 아니라 8월입니다. 땅과 바다가 데워지는 데 시간이 걸려서, 태양이 가장 높은 때보다 한두 달 뒤에 기온이 가장 높습니다. 가장 추운 때가 동지가 아니라 1월인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시험에서는 이렇게 나옵니다

  • 공전 궤도 그림에서 네 위치의 계절 고르기. 북반구가 태양 쪽으로 기운 곳이 하지.
  • 남중 고도 계산. 하지는 위도를 90° 에서 빼고 23.5° 를 더함, 동지는 뺌.
  • 태양 고도가 높을수록 같은 빛이 좁은 면적에 모여 단위 면적이 받는 에너지가 큼.
  • 낮의 길이. 하지에 가장 길고 동지에 가장 짧으며, 춘분과 추분에는 낮과 밤이 같음.
  • 자전축이 기울지 않았다면 계절이 없음. 기울기가 커지면 계절 차이가 커짐.

자주 헷갈리는 것

  • "여름에는 태양이 가깝다" — 북반구 여름에 지구는 오히려 태양에서 멉니다. 거리 차이는 계절을 만들 만큼 크지 않고, 남반구와 북반구의 계절이 반대라는 사실로도 설명이 안 됩니다.
  • "적도는 태양이 늘 머리 위에 있다" — 적도에서도 태양이 머리 바로 위를 지나는 날은 1년에 춘분과 추분 이틀뿐입니다. 다만 고도가 늘 높아 계절 차이가 작습니다.
  • "하지가 가장 덥다" — 태양은 하지에 가장 높지만 기온은 한두 달 뒤에 가장 높습니다.

정리합니다. 계절은 태양과의 거리가 아니라 23.5° 기울어진 자전축 때문에 생깁니다. 태양 쪽으로 기운 반구는 태양 고도가 높아 빛이 좁은 면적에 모이고 낮이 길어 여름이 되며, 반대쪽 반구는 같은 때에 겨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