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코비치 주기 — 빙하기는 왜 되풀이될까
수십만 년 동안 빙하기는 거의 10만 년마다 왔다 갔습니다. 태양은 그대로인데 지구가 받는 햇빛의 배분을 바꾸는 세 가지, 공전 궤도 이심률·자전축 기울기·세차 운동의 주기와 효과를 풀고, 북반구 고위도의 여름 일사량이 빙하를 키우고 녹이는 열쇠인 까닭과 증거와 한계를 정리했습니다.

지난 수십만 년의 기후 기록을 펴 보면 빙하기가 한 번 온 것이 아니라 거의 10만 년마다 왔다 갔습니다. 두꺼운 얼음이 북아메리카와 유럽을 덮었다가 물러나고, 다시 덮기를 되풀이했습니다. 태양이 그 주기로 밝아졌다 어두워졌다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면 무엇이 시계처럼 빙하를 불렀다 물렸을까요. 답은 지구가 태양 둘레를 도는 길과 자세가 아주 천천히, 그러나 규칙적으로 흔들린다는 데 있습니다. 세르비아의 과학자 밀란코비치가 1920~30년대에 그 흔들림을 계산해 빙하기의 주기와 맞대었고, 그래서 밀란코비치 주기라 부릅니다.
지구가 받는 햇빛의 총량이 아니라 배분이 바뀝니다
지구 전체가 한 해에 받는 태양 에너지는 거의 변하지 않습니다. 변하는 것은 그 에너지가 어느 위도에, 어느 계절에 얼마나 가느냐입니다. 계절이 생기는 까닭은 자전축이 공전 궤도면에 대해 23.5° 기울어 있기 때문이고(계절의 변화), 그 기울기와 궤도의 모양, 기울어진 방향 셋이 모두 수만 년 단위로 변합니다. 셋 중 하나만 바뀌어도 고위도의 여름과 겨울이 받는 햇빛이 달라집니다.
이심률 — 궤도가 얼마나 길쭉한가
지구의 공전 궤도는 타원이지만 거의 원에 가깝습니다(케플러 법칙). 그 길쭉한 정도가 이심률인데, 다른 행성들의 중력 때문에 약 10만 년 주기로 거의 0 에서 0.06 가까이 오르내립니다. 이심률이 크면 근일점과 원일점의 거리 차이가 커져, 근일점에 있는 계절은 더 많은 햇빛을, 원일점에 있는 계절은 더 적은 햇빛을 받습니다. 이심률이 거의 0 이면 어느 계절이든 태양까지의 거리가 같아 그 차이가 사라집니다. 이심률 자체가 지구 전체를 덥히거나 식히는 것은 아니고, 다음에 볼 세차 운동의 효과를 키우거나 지우는 손잡이입니다.
자전축 기울기 — 계절의 세기
자전축의 기울기는 지금 23.5° 이지만 약 4만 1천 년 주기로 21.5° 와 24.5° 사이를 오갑니다. 기울기가 크면 여름에 극 쪽이 태양을 더 똑바로 향해 계절 차이가 커지고, 기울기가 작으면 여름이 서늘하고 겨울이 포근해져 계절 차이가 줄어듭니다. 이 효과는 적도보다 고위도에서 훨씬 큽니다. 빙하가 자라려면 여름이 서늘해야 하므로, 기울기가 작은 시기가 빙하에 유리합니다.
세차 운동 — 어느 계절에 태양과 가까운가
돌던 팽이의 축이 천천히 원을 그리듯, 지구의 자전축도 방향이 약 2만 6천 년 주기로 한 바퀴 돕니다. 이것이 세차 운동입니다. 기울기는 그대로이고 가리키는 방향만 바뀝니다. 그 결과 근일점을 지나는 계절이 서서히 바뀝니다. 지금 지구는 1월 초에 근일점을 지납니다 — 북반구의 겨울에 태양과 가장 가깝고 여름에 가장 멉니다. 그래서 지금 북반구의 계절 차이는 조금 누그러져 있습니다. 약 1만 3천 년 뒤에는 반대가 되어 북반구 여름에 근일점을 지나고, 여름은 더 덥고 겨울은 더 추워집니다. 남반구는 늘 북반구와 반대입니다. 궤도가 바뀌는 효과까지 합치면 기후에 나타나는 세차의 주기는 약 2만 3천 년입니다.
열쇠는 북반구 고위도의 여름입니다
세 요소가 함께 바꾸는 것 가운데 빙하기를 정하는 것은 북위 65° 부근의 여름 일사량입니다. 겨울이 아니라 여름입니다. 고위도의 겨울은 어차피 눈이 내릴 만큼 춥습니다. 문제는 그 눈이 여름에 다 녹느냐입니다. 여름이 서늘하면 지난겨울의 눈이 조금 남고, 해마다 남은 눈이 쌓여 다져지면 빙하가 됩니다. 북반구가 중요한 것은 북반구 고위도에 넓은 대륙이 있어 빙하가 자랄 땅이 있기 때문입니다. 남반구의 같은 위도는 대부분 바다입니다.

빙하가 한번 자라기 시작하면 스스로 커집니다. 흰 얼음은 햇빛을 대부분 되돌려 보내 땅이 더 식고, 식은 바다는 이산화 탄소를 더 많이 녹여 대기의 온실 효과가 약해집니다(온실 효과). 궤도가 준 작은 신호를 이런 되먹임이 크게 키워, 몇 W/m² 의 일사량 차이가 수 km 두께의 얼음이 됩니다. 반대로 여름 일사량이 늘어 빙하가 녹기 시작하면 같은 되먹임이 거꾸로 돌아 간빙기가 옵니다.
증거는 바다 밑 진흙에 있습니다
밀란코비치의 계산은 처음에 믿기지 않았습니다. 증거는 1970년대에 심해 퇴적물에서 나왔습니다. 바다에 사는 유공충의 껍데기는 바닷물의 산소로 만들어지는데, 빙하가 커지면 가벼운 산소 동위 원소가 얼음에 갇혀 바닷물에는 무거운 산소의 비율이 높아집니다. 퇴적물을 깊이 따라 분석해 그 비율을 시간순으로 펴면 빙하의 양이 오르내린 곡선이 나오고, 그 곡선 안에 10만 년 · 4만 1천 년 · 2만 3천 년의 주기가 함께 들어 있었습니다. 밀란코비치가 계산한 세 주기 그대로입니다(지질 시대).
남는 물음도 있습니다. 지난 100만 년의 빙하기는 10만 년 주기가 가장 뚜렷한데, 이심률이 일사량에 주는 직접 효과는 셋 중 가장 작습니다. 되먹임이 어떻게 이 약한 신호를 가장 크게 키우는지는 지금도 연구 중입니다. 그리고 지금의 온난화는 밀란코비치 주기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 궤도는 수천 년 단위로 움직이는데 지금의 변화는 백 년 안에 일어나고 있고, 궤도만 보면 지구는 오히려 천천히 식어 갈 차례입니다.
시험에서는 이렇게 나옵니다
- 세 요소와 주기 — 이심률 약 10만 년, 자전축 기울기 약 4만 1천 년(21.5°~24.5°), 세차 운동 약 2만 6천 년(기후 주기로는 약 2만 3천 년).
- 자전축 기울기 증가 → 고위도 여름 일사량 증가, 계절 차이 증가. 감소 → 여름이 서늘해 빙하에 유리.
- 이심률 증가 → 근일점·원일점의 거리 차이 증가 → 계절에 따른 일사량 차이 증가. 지구 전체의 연간 일사량은 거의 그대로.
- 세차 운동 — 자전축의 방향이 바뀌어 근일점의 계절이 바뀜. 지금은 북반구 겨울에 근일점(계절 차 완화), 약 1만 3천 년 뒤 북반구 여름에 근일점(계절 차 강화). 남반구는 반대.
- 빙하기를 정하는 것은 북반구 고위도의 여름 일사량 — 눈이 녹지 않고 남아야 빙하가 됩니다.
- 이 셋은 기후 변화의 지구 외적 요인. 화산 분출·수륙 분포·온실 기체는 지구 내적 요인.
자주 헷갈리는 것
- "이심률이 커지면 지구가 추워진다" — 이심률은 햇빛의 총량이 아니라 계절 간 배분을 바꿉니다. 춥고 더운 쪽이 갈릴 뿐입니다.
- "세차 운동으로 자전축 기울기가 바뀐다" — 세차는 방향만 돌립니다. 기울기의 변화는 따로 4만 1천 년 주기입니다.
- "빙하기는 겨울이 더 추워서 온다" — 여름이 서늘해서 옵니다. 눈이 녹지 않는 것이 쌓이는 것입니다.
- "근일점에 있는 1월이 가장 더워야 한다" — 거리 차이보다 자전축 기울기의 효과가 훨씬 커서, 북반구의 1월은 근일점인데도 겨울입니다.
- "지금의 온난화도 밀란코비치 주기다" — 주기는 수천~수만 년 단위이고, 지금 궤도의 신호는 식는 쪽입니다. 지금의 변화는 다른 원인입니다.
정리합니다. 지구가 받는 햇빛의 총량은 거의 그대로인데, 공전 궤도의 이심률(약 10만 년)·자전축의 기울기(약 4만 1천 년)·자전축의 방향인 세차 운동(약 2만 6천 년)이 변하면서 햇빛이 위도와 계절에 배분되는 방식이 달라집니다. 북반구 고위도의 여름이 서늘해지면 눈이 녹지 않고 쌓여 빙하가 자라고, 얼음과 바다의 되먹임이 그 작은 신호를 키웁니다. 심해 퇴적물의 산소 동위 원소 기록에 세 주기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