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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과학·2026년 10월 2일

볼타 전지 — 아연판은 왜 닳고 구리판은 그대로일까

아연판과 구리판을 묽은 황산에 담그고 도선으로 이으면 전류가 흐르고, 아연판만 조금씩 녹아 없어집니다. 산화와 환원이 두 극에서 나뉘어 일어나는 화학 전지의 원리, 전자와 이온이 움직이는 방향, 금속의 반응성으로 (−)극을 고르는 법을 정리했습니다.

볼타 전지 — 아연판은 왜 닳고 구리판은 그대로일까

아연판과 구리판을 묽은 황산에 꽂고 두 판을 도선으로 이으면 꼬마전구에 불이 들어옵니다. 1800년 볼타가 만든 볼타 전지입니다. 그런데 한참 쓰고 나서 판을 꺼내 보면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아연판은 표면이 거칠어지고 가벼워졌는데, 구리판은 처음 그대로입니다. 전기는 두 판 사이에서 만들어졌는데 왜 한쪽만 닳을까요?

아연은 녹고, 구리 위에서는 기체가 나옵니다

아연을 묽은 황산에 넣기만 해도 아연은 녹고 수소 기체가 생깁니다. 아연 원자가 전자 두 개를 내놓고 아연 이온이 되어 용액으로 나가고, 그 전자를 수소 이온이 받아 수소 기체가 되는 반응입니다. 이때는 전자가 아연 표면에서 바로 건네집니다.

두 판을 도선으로 이으면 전자가 가는 길이 바뀝니다. 아연이 내놓은 전자가 도선을 따라 구리판으로 건너가고, 수소 이온은 구리판 표면에서 그 전자를 받습니다. 반응은 같은데 전자를 주는 곳과 받는 곳이 떨어지면서, 그 사이를 흐르는 전자가 전류가 됩니다.

볼타 전지 — 묽은 황산에 담근 아연판에서 아연 이온이 녹아 나가고, 아연이 내놓은 전자가 도선을 따라 구리판으로 가서 수소 이온과 만나 수소 기체가 생긴다
Zn⟶Zn2++2e−\mathrm{Zn} \longrightarrow \mathrm{Zn^{2+}} + 2\mathrm{e^-}(−)극 아연판 — 산화
2H++2e−⟶H22\mathrm{H^+} + 2\mathrm{e^-} \longrightarrow \mathrm{H_2}(+)극 구리판 — 환원

구리는 이 반응에 끼지 않습니다. 구리판은 전자가 수소 이온을 만나는 자리를 내줄 뿐이라서, 전지가 도는 동안 구리판의 질량은 변하지 않습니다. 닳는 것은 전자를 내놓는 아연판뿐입니다.

볼타 전지를 켜 두면 전구는 금방 흐려집니다. 구리판 표면에 수소 기포가 달라붙어 수소 이온이 전자를 받을 자리를 가리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전압이 떨어지는 현상을 분극이라고 합니다. 볼타 전지가 실용 전지로 오래 쓰이지 못한 까닭이고, 뒤에 나온 전지들은 이 기체가 생기지 않도록 (+)극의 반응을 바꾸었습니다.

산화와 환원은 언제나 함께 일어납니다

전자를 잃는 반응을 산화, 전자를 얻는 반응을 환원이라고 합니다. 아연은 전자를 잃었으니 산화되었고, 수소 이온은 전자를 얻었으니 환원되었습니다. 한쪽이 잃은 전자를 다른 쪽이 받으므로 두 반응은 따로 일어날 수 없습니다.

화학 전지는 이 산화와 환원을 두 극으로 떼어 놓은 장치입니다. 전자를 내놓는 쪽이 (−)극, 전자를 받는 쪽이 (+)극입니다. 도선 속에서는 전자가 움직이고, 용액 속에서는 이온이 움직여 회로가 이어집니다. 용액 쪽에서 보면 수소 이온은 줄고 아연 이온은 늘어납니다. 반응에 끼지 않는 황산 이온은 처음 그대로 남습니다.

어느 금속이 (−)극이 될까 — 반응성

아연이 전자를 내놓고 구리가 가만히 있는 까닭은 두 금속이 전자를 잃으려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 정도를 늘어놓은 것이 금속의 반응성 순서입니다. 왼쪽 금속일수록 전자를 잃고 양이온이 되기 쉽습니다.

금속의 반응성 순서 — 칼륨부터 금까지 왼쪽일수록 전자를 잃기 쉽고, 아연은 구리보다 왼쪽에 있어 볼타 전지에서 아연이 (−)극, 구리가 (+)극이 된다

두 금속으로 전지를 만들면 반응성이 큰 금속이 (−)극이 됩니다. 아연 대신 마그네슘을 쓰면 마그네슘이 (−)극이고, 두 판을 모두 구리로 하면 전자를 먼저 내놓을 쪽이 없어서 전류가 흐르지 않습니다. 구리는 수소보다 오른쪽이라 묽은 황산에 혼자 넣어도 녹지 않습니다.

시험에서는 이렇게 나옵니다

  • 극. 반응성이 큰 아연이 (−)극, 구리가 (+)극.
  • 전자의 이동. 도선을 따라 아연 → 구리. 전류의 방향은 그 반대(구리 → 아연).
  • 질량. 아연판 감소, 구리판 변화 없음.
  • 기체. 수소 기체는 구리판 표면에서 생깁니다.
  • 용액. 수소 이온 수 감소, 아연 이온 수 증가, 황산 이온 수 변화 없음. 수소 이온 두 개가 사라질 때 아연 이온은 하나 생기므로 양이온의 총수는 감소합니다.
  • 산화·환원. 아연은 산화, 수소 이온은 환원. 전자를 잃은 수와 얻은 수는 같다.

자주 헷갈리는 것

  • "구리판에서 나오는 기체는 구리가 반응해서 생긴다" — 기체는 수소 이온이 구리판 위에서 전자를 받아 생긴 수소입니다. 구리는 전자를 건네받는 자리일 뿐입니다.
  • "전류는 아연에서 구리로 흐른다" — 그쪽으로 가는 것은 전자입니다. 전류의 방향은 (+)극에서 (−)극으로 정해 두었으므로 전자와 반대입니다.
  • "전자가 용액을 지나 되돌아온다" — 전자는 도선으로만 움직입니다. 용액 속에서 전하를 나르는 것은 이온입니다.

정리합니다. 볼타 전지는 아연의 산화와 수소 이온의 환원을 두 극으로 떼어 놓고, 그 사이를 도선으로 이어 전자를 흐르게 한 장치입니다. 반응성이 큰 아연이 전자를 내놓으며 녹아 (−)극이 되고, 구리판은 그 전자를 수소 이온에 건네는 자리라서 닳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