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의 역행 — 화성은 왜 가끔 뒤로 갈까
화성은 별자리 사이를 동쪽으로 가다가 두 달 넘게 서쪽으로 되돌아간 뒤 다시 동쪽으로 갑니다. 안쪽 궤도의 지구가 화성을 앞지를 때 생기는 겉보기 운동이 역행인 까닭, 충과 유, 회합 주기, 천동설이 역행을 설명한 방법을 정리했습니다.

밤하늘의 화성을 몇 달 동안 같은 시각에 찍어 보면 이상한 일이 보입니다. 별자리 사이를 동쪽으로 조금씩 옮겨 가던 화성이 어느 날 멈추고, 두 달 넘게 서쪽으로 되돌아가다가, 다시 멈추고 동쪽으로 갑니다. 별들은 늘 같은 자리인데 화성만 고리를 그립니다. 이것이 행성의 역행입니다. 옛 사람들은 하늘의 천체가 뒤로 가는 이 현상을 설명하려고 궤도 위에 작은 원을 또 얹어야 했습니다. 답은 훨씬 단순합니다. 뒤로 가는 것은 화성이 아니라, 화성을 앞지르는 지구의 눈입니다.
순행과 역행 — 별을 배경으로 본 행성의 움직임
행성은 별자리 사이를 서쪽에서 동쪽으로 옮겨 갑니다. 이것이 순행이고, 평소의 움직임입니다. 그런데 때때로 행성이 멈춘 듯 보이다가 동쪽에서 서쪽으로 거꾸로 가는 때가 있습니다. 이것이 역행이고, 순행에서 역행으로, 역행에서 순행으로 바뀌는 순간 행성이 잠시 멈춘 것처럼 보이는 자리를 유라고 합니다. 역행은 행성이 실제로 궤도를 거꾸로 도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행성은 태양 둘레를 한 방향으로만 돕니다. 바뀌는 것은 그 행성을 보는 지구의 자리입니다.

지구는 화성보다 안쪽 궤도를 돌고, 더 빠릅니다. 지구는 1년에 한 바퀴를 도는데 화성은 1.88년이 걸립니다. 그래서 지구는 두 해에 한 번꼴로 화성을 안쪽에서 따라잡아 앞지릅니다. 그림의 번호는 같은 날의 지구와 화성 자리이고, 점선은 지구에서 화성을 바라본 시선입니다. 1 에서 3 까지는 시선이 별 띠 위를 동쪽으로 옮겨 가지만, 지구가 화성을 앞지르는 3 에서 5 사이에는 시선이 되돌아가 서쪽으로 갑니다. 그 뒤 다시 동쪽으로 갑니다. 고속도로에서 느린 차를 앞지를 때, 앞지르는 동안 그 차가 뒤로 가는 것처럼 보이는 것과 같습니다. 그 차는 여전히 앞으로 달리고 있습니다.
역행은 충 무렵에 일어납니다
지구가 화성을 앞지르는 순간, 태양 – 지구 – 화성이 한 줄로 섭니다. 이때 화성은 지구에서 볼 때 태양의 반대쪽에 있고, 이 자리를 충이라고 합니다. 충인 날 화성은 해가 질 때 떠서 한밤중에 남쪽 하늘 높이 오르고 해가 뜰 때 집니다. 밤새 보이고, 지구와 가장 가까워 가장 밝습니다. 역행은 충을 가운데 두고 그 앞뒤에서 일어납니다. 화성이면 충 앞뒤로 두 달이 넘는 동안입니다.
바깥 행성이 충에서 역행하듯, 수성·금성 같은 안쪽 행성은 내합 무렵에 역행합니다. 내합은 안쪽 행성이 지구와 태양 사이에 들어 태양 – 행성 – 지구가 한 줄로 서는 자리입니다. 이때는 안쪽 행성이 지구보다 빨라 지구를 앞지르므로 역시 뒤로 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앞지르는 쪽이 지구든 행성이든, 두 행성이 나란히 스치는 순간이 역행입니다.
충에서 다음 충까지 걸리는 시간이 회합 주기입니다. 안쪽 행성이 한 바퀴를 더 돌아 바깥 행성을 다시 따라잡기까지의 시간이라, 두 공전 주기의 차이에서 나옵니다. 공전 주기가 지구와 비슷한 화성은 따라잡는 데 오래 걸리고, 아주 느린 토성은 거의 1년마다 따라잡힙니다.
천동설은 역행을 어떻게 설명했을까
지구가 우주의 가운데에 멈춰 있고 행성이 지구 둘레를 돈다고 보면, 뒤로 가는 행성은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행성이 지구 둘레의 큰 원 위를 도는 작은 원, 곧 주전원 위에서 돈다고 보았습니다. 행성이 작은 원의 안쪽을 지날 때 뒤로 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 모형은 역행을 설명했고 천 년 넘게 쓰였습니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은 작은 원 없이, 지구가 화성을 앞지른다는 한 가지로 역행을 설명했습니다. 다만 역행 자체는 두 모형이 모두 설명하므로 지동설의 결정적 증거는 아닙니다. 지동설을 뒷받침한 것은 금성의 위상 변화와 연주 시차였습니다.
시험에서는 이렇게 나옵니다
- 역행의 까닭: 공전 속도가 달라 지구가 바깥 행성을 앞지를 때, 또는 안쪽 행성이 지구를 앞지를 때. "행성이 거꾸로 돈다" 는 틀린 보기입니다.
- 역행이 일어나는 자리: 바깥 행성은 충, 안쪽 행성은 내합 무렵.
- 충인 바깥 행성: 지구와 가장 가깝고 가장 밝으며, 한밤중에 남중하고 밤새 보입니다.
- 순서: 순행 → 유 → 역행 → 유 → 순행. 유는 행성이 멈춘 듯 보이는 자리입니다.
- 회합 주기: 공전 주기가 지구와 비슷할수록(화성) 길고, 멀어서 느릴수록(목성·토성) 1년에 가깝습니다.
- 천동설의 주전원은 역행을 설명하려고 둔 장치이고, 지동설은 같은 현상을 더 단순하게 설명합니다.
자주 헷갈리는 것
- "역행할 때 화성은 궤도를 거꾸로 돈다" — 아닙니다. 화성은 늘 같은 방향으로 돕니다. 지구에서 본 시선의 방향이 되돌아갈 뿐입니다.
- "역행은 화성이 느려져서 생긴다" — 화성의 속력은 거의 그대로입니다. 지구가 더 빨라서 앞지르는 것이 까닭입니다.
- "역행은 천동설로 설명할 수 없다" — 주전원을 쓰면 설명됩니다. 지동설이 이긴 것은 역행이 아니라 금성의 위상과 연주 시차 같은 다른 관측에서입니다.
정리합니다. 행성은 늘 한 방향으로 태양을 돌지만, 안쪽 궤도의 지구가 더 빨라 바깥 행성을 앞지르는 동안 그 행성은 별자리 사이를 되돌아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바깥 행성은 충, 안쪽 행성은 내합 무렵에 역행하고, 그 앞뒤에 멈춘 듯한 유가 있습니다. 역행은 행성의 운동이 아니라 지구의 운동이 만든 겉보기 운동입니다.
그림 참고: [Wikimedia Commons, Retrograde motion of Mars](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Retrograde-motion-of-mars.png) 의 도해 구도를 따라 다시 그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