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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과학·2026년 9월 4일

허블 법칙과 우주의 나이 — 기울기 하나로 138억 년

우주의 나이가 138억 년이라는 숫자는 어디서 왔을까요. 은하의 빛이 붉게 밀린 정도를 재고, 거리와 나란히 찍어 직선 하나를 얻으면 그 기울기의 역수가 곧 시간입니다. 적색편이에서 우주의 나이까지 이어지는 계산을 그림으로 정리했습니다.

허블 법칙과 우주의 나이 — 기울기 하나로 138억 년

우주의 나이는 138억 년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도 없고, 우주가 태어나는 장면을 찍은 사진도 없습니다. 이 숫자는 대체 무엇을 재서 나온 걸까요? 답은 놀랍도록 단순합니다. 은하 몇십 개의 빛을 재서 그래프를 그리고, 직선 하나의 기울기를 뒤집었습니다.

별빛에는 지문이 찍혀 있다

먼저 은하가 얼마나 빨리 멀어지는지 알아야 합니다. 그것을 알려 주는 것이 빛입니다.

원소는 저마다 정해진 파장의 빛만 흡수합니다. 수소는 수소의 파장, 칼슘은 칼슘의 파장. 그래서 별빛을 프리즘으로 펼치면 특정 파장 자리에 검은 줄이 나타납니다. 이 흡수선의 무늬는 원소마다 고유해서, 실험실에서 미리 재 둔 값과 견주면 어긋난 정도를 알 수 있습니다.

실험실에서 잰 기준 스펙트럼과 멀어지는 은하의 스펙트럼 비교 — 같은 흡수선 무늬가 통째로 붉은 쪽으로 밀려 있다

멀어지는 은하의 스펙트럼을 보면, 흡수선 무늬가 통째로 붉은 쪽으로 밀려 있습니다. 파장이 길어진 것입니다. 이것이 적색편이입니다. 소리로 치면 멀어지는 구급차의 사이렌이 낮게 들리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밀린 정도를 zz 로 씁니다.

z=λλ0λ0z = \dfrac{\lambda - \lambda_0}{\lambda_0}관측 파장에서 기준 파장을 뺀 뒤, 기준 파장으로 나눈 값
v=czv = czzz 가 작을 때의 후퇴 속도 (cc 는 빛의 속도)

칼슘의 흡수선이 393 nm 자리에 있어야 하는데 397 nm 에서 관측되었다면 zz 는 약 0.01이고, 후퇴 속도는 빛의 속도의 1%, 곧 초속 3,000 km 입니다.

멀리 있는 은하일수록 빠르게 멀어진다

여기까지는 은하 하나의 이야기입니다. 허블이 한 일은 여러 은하를 거리와 함께 놓고 본 것입니다.

거리를 재는 데는 밝기를 아는 별을 씁니다. 세페이드 변광성은 밝기가 변하는 주기와 실제 밝기 사이에 정해진 관계가 있습니다. 주기를 재면 실제 밝기를 알고, 실제 밝기와 보이는 밝기를 견주면 거리가 나옵니다.

은하의 거리를 가로축에, 후퇴 속도를 세로축에 찍은 허블 다이어그램 — 점들이 원점을 지나는 직선 위에 늘어서고 그 기울기가 허블 상수다

가로축에 거리, 세로축에 후퇴 속도를 찍었더니 점들이 원점을 지나는 직선 위에 늘어섰습니다. 멀리 있는 은하일수록 정비례해서 빠르게 멀어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v=H0dv = H_0\,d허블 법칙

이 직선의 기울기 H0H_0허블 상수입니다. 값은 약 70 km/s/Mpc. 1 Mpc(메가파섹, 약 326만 광년) 멀어질 때마다 후퇴 속도가 초속 70 km 씩 붙는다는 뜻입니다.

기울기를 뒤집으면 시간이 나온다

이제 핵심입니다. 허블 상수의 단위를 뜯어봅시다. 속도를 거리로 나눈 값이니 시간의 역수입니다. 그러면 그 역수는 시간이 됩니다.

1H0=dv=시간\dfrac{1}{H_0} = \dfrac{d}{v} = \text{시간}

의미를 생각하면 더 분명합니다. 거리 dd 만큼 떨어진 은하가 속도 vv 로 멀어지고 있다면, 그 은하가 우리와 붙어 있던 때부터 흐른 시간이 d/vd/v 입니다. 그런데 허블 법칙에 따르면 어느 은하로 계산해도 d/vd/v 는 같은 값입니다. 모든 은하가 한 점에서 동시에 출발했다는 뜻이고, 그 출발점이 우주의 시작입니다.

숫자를 넣어 봅니다. 1 Mpc 는 약 3.09×10193.09 \times 10^{19} km 이므로,

1H0=3.09×1019 km70 km/s\dfrac{1}{H_0} = \dfrac{3.09 \times 10^{19}\ \text{km}}{70\ \text{km/s}}
=4.4×1017 s= 4.4 \times 10^{17}\ \text{s}허블 시간 — 약 140억 년

이것을 허블 시간이라고 합니다. 지금 우리가 말하는 138억 년과 거의 같습니다.

두 값이 딱 맞지는 않습니다. 허블 시간은 팽창 속도가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았다고 가정한 값입니다. 실제로는 중력이 팽창을 늦추기도 했고 나중에는 오히려 빨라지기도 해서, 그 효과를 넣어 계산하면 138억 년이 나옵니다. 두 효과가 상당 부분 상쇄되는 덕에 단순한 허블 시간이 실제 값에 가깝게 나오는 것입니다.

은하가 날아가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오해가 하나 생깁니다. 은하들이 폭발한 파편처럼 사방으로 날아간다고 상상하기 쉽지만, 그러면 우리가 폭발의 중심에 있다는 이상한 결론이 나옵니다.

팽창하는 공간에 놓인 은하들 — 격자가 늘어나면서 은하 사이 거리가 멀어지지만 은하 자체의 크기는 변하지 않는다

실제로 늘어나는 것은 은하 사이의 공간입니다. 고무판에 점을 찍고 잡아당기면, 어느 점에서 보든 다른 점들이 멀어지고 멀리 있는 점일수록 빨리 멀어집니다. 중심은 없습니다. 어느 은하에 서 있어도 똑같이 허블 법칙이 관측됩니다.

이 그림에서는 적색편이의 뜻도 달라집니다. 은하가 달아나서 파장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빛이 우주를 가로지르는 동안 그 빛이 지나는 공간 자체가 늘어나 파장이 함께 늘어난 것입니다. 멀리서 온 빛일수록 오래 늘어났으니 더 붉습니다.

허블 상수는 아직 논쟁 중이다

허블 상수는 우주의 나이를 정하는 숫자인데, 재는 방법에 따라 값이 조금씩 다르게 나옵니다. 가까운 은하의 변광성으로 재는 방법과 초기 우주의 흔적으로 재는 방법이 각각 다른 값을 내놓고, 그 차이가 측정 오차보다 큽니다.

어느 쪽이 틀렸거나,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가 우주에 더 있다는 뜻입니다. 우주론에서 가장 뜨거운 미해결 문제 가운데 하나입니다.

시험에서는 이렇게 나옵니다

  • 적색편이량 zz 를 구하고 후퇴 속도를 계산하기. 기준 파장과 관측 파장을 주고 묻습니다.
  • 허블 법칙으로 거리와 속도를 서로 환산하기. v=H0dv = H_0 d 를 세우면 됩니다.
  • 허블 상수의 단위 분석. km/s/Mpc 가 시간의 역수임을 보이고, 역수가 우주의 나이임을 설명하는 서술형이 자주 나옵니다.
  • 허블 상수가 크면 우주의 나이가 짧아진다는 관계. 역수이므로 반비례입니다.
  • 그래프에서 기울기를 읽어 허블 상수를 구하고 나이를 계산하기.
  • 우주 팽창의 의미: 중심이 없고, 은하가 아니라 공간이 늘어납니다.

자주 헷갈리는 것

  • "우리가 우주의 중심이라서 모든 은하가 멀어진다" — 아닙니다. 어느 은하에서 관측해도 같은 결과가 나옵니다. 팽창하는 공간에는 중심이 없습니다.
  • "허블 상수는 변하지 않는 상수다" — 이름과 달리 시간에 따라 변합니다. H0H_0 의 아래첨자 0은 "지금 값"이라는 표시입니다.
  • "은하 안의 별들도 서로 멀어진다" — 아닙니다. 은하나 태양계처럼 중력으로 묶인 것은 팽창에 끌려가지 않습니다. 늘어나는 것은 은하 사이의 빈 공간입니다.
  • "적색편이는 은하가 빨간색으로 보인다는 뜻이다" — 색이 붉어지는 것이 아니라 흡수선의 파장이 길어지는 쪽으로 밀린다는 뜻입니다.

정리합니다. 은하의 흡수선이 밀린 정도로 후퇴 속도를 얻고, 변광성으로 거리를 얻어 둘을 그래프에 찍으면 원점을 지나는 직선이 나옵니다. 그 기울기가 허블 상수이고, 단위가 시간의 역수이므로 뒤집으면 곧 우주가 팽창해 온 시간입니다. 138억 년은 상상이 아니라 이 직선 하나에서 나온 값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