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b 연대 측정법 — 지르콘 한 알에 들어 있는 두 개의 시계
우라늄의 두 동위원소는 서로 다른 속도로 납이 되어 갑니다. 같은 광물 안에서 나란히 돌아가는 두 개의 시계를 겹쳐 읽으면, 수십억 년의 시간을 오차 1% 안쪽으로 복원할 수 있습니다.
교과서는 지구의 나이를 46억 년이라고 알려 줍니다. 그런데 그 숫자는 누가, 무엇을 재서 알아낸 걸까요? 46억 년 전을 본 사람은 없고, 그 시절 만들어진 암석도 지구에는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 긴 시간을 실제로 세어 낸 방법이 U-Pb(우라늄-납) 연대 측정법입니다. 오늘날 수억 년 이상의 시간을 다뤄야 할 때 지질학자가 가장 먼저 꺼내 드는 도구이고,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물질의 나이도 이 방법이 매겼습니다.
왜 하필 우라늄인가
방사성 원소로 시간을 재는 원리 자체는 단순합니다. 어미핵종이 일정한 속도로 딸핵종으로 바뀌니, 남은 어미핵종과 쌓인 딸핵종의 비를 재면 얼마나 지났는지 역산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어떤 원소를 쓰느냐입니다. 좋은 시계는 반감기가 재려는 시간과 비슷한 규모여야 합니다.
- 탄소-14는 반감기가 5730년입니다. 유물의 나이를 재기엔 훌륭하지만, 5만 년쯤 지나면 남은 양이 검출 한계 아래로 내려가 버립니다.
- 반대로 반감기가 지나치게 길면, 수억 년이 지나도 딸핵종이 의미 있게 쌓이지 않아 역시 잴 수 없습니다.
- 우라늄의 반감기는 수억 ~ 수십억 년입니다. 지질학적 시간에 정확히 맞는 눈금인 셈이죠.
우라늄에는 시계가 두 개 있다
우라늄에는 자연에 남아 있는 동위원소가 둘 있고, 둘의 종착지도 속도도 다릅니다.
한 번의 붕괴로 곧장 납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알파 붕괴와 베타 붕괴를 십여 번 거치는 붕괴 계열입니다. 질량수와 원자 번호를 맞춰 보면 몇 번씩 일어나는지 바로 나옵니다.
- 238 - 206 = 32, 즉 알파 붕괴 8번. 원자 번호는 92 - 16 = 76이 되므로 82까지 올리려면 베타 붕괴 6번.
- 235 - 207 = 28, 즉 알파 붕괴 7번. 92 - 14 = 78이므로 베타 붕괴 4번.
중간 핵종이 스무 개 가까이 끼어 있는데도 계산이 간단한 이유가 있습니다. 중간 핵종 중 가장 오래 버티는 것조차 반감기가 24만 년 정도라, 수십억 년 규모에서는 눈 깜짝할 사이입니다. 결국 전체 속도는 첫 단계가 결정하고, 우리는 이 긴 사슬을 한 번의 붕괴처럼 다뤄도 됩니다.
그래서 나이는 이 식 하나로 나옵니다.
붕괴 상수는 각각 λ() = /년, λ() = /년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광물에서 / = 0.364가 나왔다면, ln(1.364)를 λ로 나눠 20억 년을 얻습니다.
시계가 맞으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식이 간단한 만큼, 이 식이 성립하려면 조건이 붙습니다.
- 광물이 만들어진 뒤로 우라늄도 납도 드나들지 않았을 것 — 즉 닫힌계
- 처음에 들어 있던 납의 양을 알 것 — 0이면 가장 좋고
- 붕괴 상수를 정확히 알 것
세 번째는 실험으로 해결된 문제입니다. 진짜 어려운 건 앞의 두 개인데, 놀랍게도 이 조건을 거의 완벽하게 만족하는 광물이 자연에 있습니다.
지르콘이라는 거의 완벽한 시계
지르콘()은 화강암 같은 화성암에 흔히 들어 있는 작은 광물입니다. 지름 0.1 ~ 0.3 mm, 육안으로는 모래알보다 작은 알갱이죠. 이 광물이 시계로 뛰어난 이유는 결정 구조에 있습니다.
- 우라늄은 받아들입니다. 는 이온 크기가 와 비슷하고 전하도 같아서, 지르콘이 자랄 때 지르코늄 자리에 슬쩍 끼어들어 갑니다. 그래서 지르콘에는 우라늄이 수십 ~ 수천 ppm 들어 있습니다.
- 납은 거부합니다. 는 이온 반지름이 훨씬 크고 전하도 맞지 않아 결정 격자에 거의 들어가지 못합니다. 결국 갓 만들어진 지르콘의 초기 납은 사실상 0입니다. 두 번째 조건이 저절로 해결됩니다.
- 웬만해선 새지 않습니다. 지르콘의 납 폐쇄온도는 900 °C 이상입니다. 대부분의 변성 작용을 겪고도 시계가 멈추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화학적으로도 단단해서 풍화와 운반을 견디고 퇴적암 속에서 살아남습니다.
여기에 보너스가 하나 더 있습니다. 지르콘은 나무의 나이테처럼 코어와 림이 층을 이루며 자랍니다. 안쪽은 처음 마그마에서 결정화될 때, 바깥쪽은 훗날 변성이나 재가열을 겪을 때 자란 부분입니다. 한 알갱이 안에 사건이 여러 개 기록되어 있는 겁니다.
그래도 시계는 틀어진다
완벽한 광물이라도 수십억 년을 무사히 보내지는 못합니다. 지르콘이 나이를 잃어버리는 가장 흔한 방식은 납 손실입니다.
- 나중에 다시 뜨거워지거나 뜨거운 유체를 만나면 납이 빠져나갑니다.
- 우라늄이 붕괴할 때 튀어나오는 알파 입자가 결정 격자를 조금씩 부숩니다. 수억 년간 이 손상이 쌓이면 결정이 유리처럼 물러지는데(메타믹트화), 그 틈으로 납이 씻겨 나갑니다.
납을 잃으면 두 시계가 서로 다른 나이를 가리키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이 U-Pb법의 진짜 강점입니다. 시계가 하나뿐이었다면 우리는 틀렸다는 사실조차 몰랐을 것입니다. 두 개니까 서로를 검산할 수 있습니다.
콩코디아 다이어그램 — 어긋남에서 정보를 읽는 법
가로축에 /, 세로축에 /를 놓고, 두 시계가 같은 나이를 가리키는 점들을 이으면 하나의 곡선이 됩니다. 이것이 콩코디아(일치 곡선)입니다.
- 시료가 곡선 위에 있으면 두 시계가 일치한다는 뜻이고, 그 점의 나이를 그대로 믿으면 됩니다.
- 어느 시점에 납이 빠져나간 시료는 곡선에서 벗어나 아래쪽으로 밀려납니다. 이때 여러 알갱이가 제각각 흩어지지 않고 하나의 직선 위에 늘어섭니다. 이 직선을 디스코디아라고 합니다.
- 그 직선이 콩코디아와 만나는 두 점이 답을 줍니다. 상부 교점은 결정이 처음 만들어진 나이, 하부 교점은 납이 빠져나간 사건이 일어난 시기입니다.
어긋난 데이터를 버리는 대신, 어긋난 방식에서 두 번째 정보를 읽어 냅니다. 오염이 오히려 사건 하나를 더 알려 주는 셈이죠. U-Pb법이 반세기 넘게 표준으로 남아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실제로는 어떻게 재나
- ID-TIMS — 알갱이를 통째로 녹여 질량분석기에 넣습니다. 정밀도가 0.1% 수준이라, 30억 년짜리 암석을 ±300만 년으로 좁힐 수 있습니다.
- SIMS(SHRIMP)와 LA-ICP-MS — 이온빔이나 레이저로 지름 20 ~ 30 µm의 점을 직접 쏩니다. 정밀도는 조금 떨어지지만 코어와 림을 따로 잴 수 있어서, 한 알갱이에서 나이 여러 개를 뽑아냅니다.
- CA-TIMS — 먼저 화학 처리로 손상된 부분을 녹여 버리고 온전한 부분만 측정합니다. 납 손실을 아예 걷어 내는 전략입니다.
이 방법이 알아낸 것들
- 잭힐스 지르콘(서호주) 44.0억 년 — 지구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물질입니다. 지구가 만들어지고 겨우 1억 몇천만 년 뒤에 이미 액체 물과 지각이 있었다는 증거로 읽힙니다.
- 아카스타 편마암(캐나다) 40.3억 년 —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암석.
- 태양계 45.67억 년 — 운석에 적용한 Pb-Pb 연대로 얻은 값입니다. U-Pb의 사촌뻘 방법이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46억 년"의 출처입니다.
자주 헷갈리는 것
- "반감기가 지나면 절반이 사라진다" — 사라지는 게 아니라 딸핵종으로 바뀝니다. 원자의 총수는 그대로이고, 우라늄이 줄어든 만큼 납이 늘어납니다.
- "붕괴 속도는 온도나 압력에 따라 달라진다" — 붕괴는 원자핵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바깥의 온도, 압력, 화학 결합에 사실상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이 시계를 믿을 수 있는 근본 이유입니다.
- "지르콘의 나이가 곧 지구의 나이다" — 우리가 잰 것은 그 광물이 닫힌계가 된 시점입니다. 암석 하나의 나이일 뿐, 지구 전체의 나이는 운석까지 동원해 따로 구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우라늄은 두 가지 속도로 납이 되고, 지르콘은 우라늄만 품은 채 납 없이 태어나며, 두 시계를 겹쳐 그린 콩코디아는 시계가 틀어졌는지까지 알려 줍니다. 46억 년이라는 숫자는 상상이 아니라, 모래알보다 작은 결정 하나하나를 세어서 얻은 값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