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니뇨와 라니냐 — 무역풍이 약해지면 왜 페루에 비가 올까
평소 적도 태평양의 따뜻한 물은 무역풍에 밀려 서쪽에 쌓여 있습니다. 그 바람이 약해지면 따뜻한 물이 동쪽으로 되돌아오고, 비 오는 자리와 가무는 자리가 통째로 바뀝니다. 시험에 나오는 방향 그대로 정리했습니다.

"올겨울은 엘니뇨라서 따뜻하겠다"는 뉴스를 들어 본 적이 있을 겁니다. 그런데 엘니뇨는 지구 반대편, 남아메리카 페루 앞바다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태평양 건너 바닷물이 조금 따뜻해진 것이 어떻게 온 세계의 날씨를 흔들까요? 답은 바람과 바닷물이 서로를 밀고 당기는 관계에 있습니다.
평소의 적도 태평양 — 따뜻한 물은 서쪽에 있다
적도 부근에서는 1년 내내 동쪽에서 서쪽으로 무역풍이 붑니다. 이 바람이 태평양 표면의 따뜻한 물을 서쪽으로 밀어 보냅니다. 그래서 평소에는
- 서태평양(인도네시아·호주 쪽)에 따뜻한 물이 두껍게 쌓여 있고, 해수면도 동쪽보다 높습니다.
- 동태평양(페루 쪽)에서는 밀려 나간 표층수의 빈자리를 채우려고 깊은 곳의 찬물이 올라옵니다. 이것이 용승입니다.

따뜻한 바다 위에서는 공기가 데워져 올라가고 구름과 비가 만들어집니다. 찬 바다 위에서는 반대로 공기가 가라앉아 맑고 건조합니다. 그래서 서태평양에는 비가 많고 페루 연안은 사막입니다. 서쪽에서 오르고 동쪽에서 내려오는 이 공기의 고리를 워커 순환이라고 합니다.
그림의 윗면은 바다 표면의 온도 분포이고, 앞면은 적도를 따라 바다를 세로로 자른 단면입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이 수온약층의 기울기입니다. 따뜻한 표층수와 찬 심층수의 경계가 서쪽에서는 깊고 동쪽에서는 얕습니다. 동쪽에서 찬물이 쉽게 올라오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엘니뇨 — 무역풍이 약해지면
몇 년에 한 번, 무역풍이 평소보다 약해지는 해가 있습니다. 서쪽으로 밀어 주던 힘이 줄어드니 서태평양에 쌓여 있던 따뜻한 물이 동쪽으로 되돌아옵니다. 그러면 연쇄 반응이 일어납니다.

- 동태평양의 표층 수온이 오르고 용승이 약해집니다. 페루 연안의 수온약층은 깊어지고, 해수면은 높아집니다.
- 찬물을 따라 올라오던 영양염이 끊겨 플랑크톤이 줄고, 멸치 어획량이 급감합니다. 페루 어민들이 이 현상에 "아기 예수"라는 뜻의 이름을 붙인 것은, 크리스마스 무렵에 가장 심해지기 때문입니다.
- 따뜻한 바다가 동쪽으로 옮겨 가니 공기가 올라가는 자리도 동쪽으로 옮겨 갑니다. 워커 순환이 약해지고, 페루에는 폭우가, 인도네시아와 호주에는 가뭄이 옵니다.
즉 엘니뇨는 바다가 갑자기 뜨거워지는 사건이 아니라, 원래 있던 따뜻한 물이 자리를 옮기는 사건입니다. 이 한 문장을 잡으면 나머지는 전부 따라 나옵니다.
라니냐 — 평소가 더 심해진 것
라니냐는 반대로 무역풍이 평소보다 강해진 상태입니다. 따뜻한 물이 서쪽으로 더 몰리고, 동태평양은 평소보다 더 차가워지며, 용승은 더 활발해집니다. 서태평양의 비는 늘고 페루 연안은 더 건조해집니다. "평소의 강화판"이라고 기억하면 됩니다.

기상 기관은 적도 태평양 한가운데 정해 둔 해역(Niño 3.4)의 표층 수온이 평년보다 0.5 °C 이상 높은 상태가 여러 달 이어지면 엘니뇨, 0.5 °C 이상 낮으면 라니냐로 판정합니다. 두 현상은 대체로 2~7년 간격으로 번갈아 나타나고, 한 번 시작되면 1년 안팎 이어집니다.
남방 진동 — 기압으로 보면
바다의 변화는 기압에도 나타납니다. 평소에는 따뜻한 서태평양이 저기압, 찬 동태평양이 고기압입니다. 엘니뇨가 오면 이 배치가 약해져서 동태평양(타히티)의 기압은 내려가고 서태평양(다윈)의 기압은 올라갑니다. 두 지점의 기압 차가 시소처럼 오르내린다고 해서 남방 진동이라고 부르고, 바다의 엘니뇨와 대기의 남방 진동을 한 현상의 두 얼굴로 묶어 엔소(ENSO)라고 합니다.
시험에서는 이렇게 나옵니다
이 단원은 거의 매번 평상시·엘니뇨·라니냐를 비교하는 단면도나 그래프로 출제됩니다. 묻는 것은 결국 아래 항목의 방향입니다.
- 무역풍의 세기: 엘니뇨 약함 · 라니냐 강함
- 동태평양 표층 수온: 엘니뇨 상승 · 라니냐 하강
- 동태평양 용승: 엘니뇨 약화 · 라니냐 강화
- 동태평양의 해수면 높이와 수온약층 깊이: 엘니뇨 때 둘 다 커짐(서태평양은 반대)
- 워커 순환: 엘니뇨 약화 · 라니냐 강화
- 강수량: 엘니뇨 때 동태평양 증가 · 서태평양 감소, 라니냐는 반대
- 남방 진동 지수(타히티 기압 − 다윈 기압): 엘니뇨 때 음(−)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 동태평양의 수온 편차 그래프를 주고 서태평양의 상황을 물으면 방향을 뒤집어 답해야 합니다. 두 지역은 시소의 양 끝입니다.
자주 헷갈리는 것
- "엘니뇨는 지구 온난화 때문이다" — 아닙니다. 엘니뇨는 수천 년 전부터 있던 자연의 진동입니다. 온난화가 그 세기나 빈도를 바꾸는지는 지금 연구 중인 문제입니다.
- "엘니뇨가 오면 우리나라도 무조건 따뜻하다" — 경향은 있지만 뚜렷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날씨는 시베리아 고기압, 북태평양 고기압처럼 더 가까운 요인이 먼저 정합니다.
- "라니냐는 엘니뇨의 반대니까 정상 상태다" — 정상이 아니라 평소보다 더 치우친 상태입니다. 평상시·엘니뇨·라니냐, 셋으로 나눕니다.
정리합니다. 무역풍이 따뜻한 물을 서쪽에 쌓아 두는 것이 평소이고, 그 바람이 약해져 따뜻한 물이 동쪽으로 돌아오는 것이 엘니뇨, 더 강해져 서쪽으로 더 몰리는 것이 라니냐입니다. 따뜻한 물이 있는 곳에 비가 있고, 찬물이 있는 곳에 사막이 있습니다.
그림 참고: [NOAA PMEL, What is El Niño?](https://www.pmel.noaa.gov/elnino/what-is-el-nino) 의 도해 구도를 따라 다시 그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