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 — 백신은 우리 몸에 무엇을 가르칠까
백신을 맞으면 병을 옮는 것이 아니라 병원체를 미리 배우는 것입니다. 피부와 점막, 식세포 작용과 염증, 림프구가 항원을 알아보는 특이적 면역, 1차·2차 면역 반응의 항체 농도 그래프, 그리고 백신과 혈청이 어떻게 다른지 정리했습니다.

독감 백신을 맞은 팔이 하루쯤 뻐근합니다. 백신 안에 독감 바이러스가 들어 있다는데, 그렇다면 백신 때문에 독감에 걸리는 것은 아닐까요. 아닙니다. 백신은 병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면역 체계에 병원체의 얼굴을 미리 보여 주는 것입니다. 우리 몸이 무엇을 배우는지 보려면 몸의 방어가 몇 겹인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몸의 방어는 세 겹입니다
첫째 겹은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벽입니다. 피부는 병원체가 뚫기 어려운 층이고, 코와 입과 소화관을 덮은 점막은 점액으로 병원체를 붙잡아 내보냅니다. 눈물과 침에는 세균의 세포벽을 녹이는 라이소자임이 있고, 위액은 강한 산성입니다.
벽을 뚫고 들어오면 둘째 겹이 나섭니다. 백혈구 가운데 식세포가 병원체를 통째로 삼켜 분해하는 식세포 작용입니다. 상처 자리가 붉게 붓고 열이 나는 염증은 그곳으로 혈액과 식세포를 더 불러 모으는 반응입니다. 여기까지는 어떤 병원체든 가리지 않고 같은 방법으로 맞서므로 비특이적 방어라고 합니다. 태어날 때부터 갖추고 있어 선천 면역이라고도 합니다.

셋째 겹은 상대를 알아보고 공격합니다. 병원체의 표면에 있는 특정 물질을 항원이라 하고, 림프구는 항원마다 다른 상대를 맡습니다. 이것이 특이적 방어이고 후천 면역입니다.
림프구가 항원을 알아봅니다
식세포는 삼킨 병원체의 조각을 표면에 내걸어 림프구에게 보여 줍니다. 그러면 보조 T 림프구가 그 항원을 알아보고 다른 림프구를 깨웁니다. B 림프구는 형질 세포로 분화해 항체를 만들어 내보냅니다. 항체는 항원에 꼭 맞게 달라붙어 병원체를 뭉치게 하거나 독을 중화하고, 식세포가 삼키기 쉽게 만듭니다. 이것이 항원 항체 반응이고, 체액성 면역이라고 합니다.
항체는 세포 밖에 떠다니는 병원체에만 닿습니다. 바이러스처럼 세포 안에 숨은 것은 세포독성 T 림프구가 감염된 세포를 통째로 없앱니다. 이것이 세포성 면역입니다. 세균과 바이러스가 어떻게 다른지는 세균과 바이러스 에 있습니다.
항체는 열쇠와 자물쇠처럼 한 항원에만 맞습니다. 그래서 홍역 항체는 독감에 쓸모가 없고, 병원체마다 면역을 따로 익혀야 합니다.
두 번째 만남은 다릅니다 — 기억 세포
항원을 처음 만나면 그 항원에 맞는 림프구를 찾아 늘리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항체는 며칠 뒤에야 늘기 시작하고 양도 많지 않습니다. 이것이 1차 면역 반응입니다. 그동안 병원체가 먼저 불어나 우리는 병을 앓습니다.
그런데 이때 늘어난 림프구 가운데 일부는 싸움이 끝난 뒤에도 남습니다. 기억 세포입니다. 같은 항원이 다시 들어오면 기억 세포가 곧바로 형질 세포로 바뀌어 항체를 쏟아냅니다. 더 빨리, 더 많이, 더 오래. 병원체가 불어나기 전에 제압하니 앓지 않고 지나갑니다. 이것이 2차 면역 반응이고, 홍역을 한 번 앓으면 다시 걸리지 않는 까닭입니다.
백신은 바로 이 기억을 미리 만드는 일입니다. 죽이거나 약하게 만든 병원체, 또는 그 조각을 넣어 1차 면역 반응을 병 없이 일으킵니다. 몸은 기억 세포를 남기고, 진짜 병원체가 들어오면 처음부터 2차 반응으로 맞섭니다. 백신을 맞은 팔이 뻐근하고 미열이 나는 것은 면역 반응이 일어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시험에서는 이렇게 나옵니다
- 비특이적 방어와 특이적 방어 가르기. 피부·점막·식세포 작용·염증은 비특이적(병원체를 가리지 않음), 림프구의 항원 항체 반응은 특이적(항원마다 따로).
- 체액성 면역과 세포성 면역. B 림프구 → 형질 세포 → 항체는 체액성, 세포독성 T 림프구가 감염 세포를 없애면 세포성. 보조 T 림프구는 둘 다 돕습니다.
- 항체 농도 그래프. 2차 반응은 1차보다 빠르고 · 많고 · 오래. 다른 항원이 들어오면 그 항원에는 다시 1차 반응입니다.
- 백신과 혈청. 백신은 항원을 넣어 몸이 스스로 기억 세포를 만들게 하므로 예방용이고 오래 갑니다. 혈청은 만들어진 항체를 넣는 것이라 바로 듣지만 기억이 남지 않아 치료용입니다.
- 1차 반응 중에 몸이 아픈 까닭. 항체가 늘기 전에 병원체가 먼저 불어나기 때문입니다.
자주 헷갈리는 것
- "백신은 항체를 넣어 주는 것이다" — 넣는 것은 항원입니다. 항체는 몸이 만들고, 기억 세포가 남는 것이 핵심입니다. 항체를 직접 넣는 것은 혈청입니다.
- "한 번 면역이 생기면 어떤 병이든 막는다" — 항체는 한 항원에만 맞습니다. 독감 백신이 홍역을 막지 못합니다.
- "염증은 나쁜 것이다" — 염증은 식세포를 불러 모으는 방어 반응입니다. 붓고 열이 나는 것은 싸움의 흔적입니다.
- "항체가 세포 속의 바이러스도 잡는다" — 항체는 세포 밖에서만 듣습니다. 감염된 세포는 세포독성 T 림프구가 맡습니다.
정리합니다. 몸의 방어는 피부·점막, 식세포 작용과 염증, 림프구의 특이적 면역 세 겹입니다. 항원을 처음 만나면 느린 1차 반응이 일어나지만 기억 세포가 남아 두 번째는 빠르고 강한 2차 반응이 됩니다. 백신은 그 첫 만남을 병 없이 미리 치르게 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