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당 조절 — 인슐린과 글루카곤은 왜 둘 다 필요할까
밥을 먹으면 혈당이 오르고 끼니를 거르면 내려갈 텐데, 피 속 포도당 농도는 늘 0.1 % 언저리에 머뭅니다. 이자에서 나오는 인슐린이 혈당을 낮추고 글루카곤이 올리는 길항 작용, 간이 글리코젠을 쌓았다 푸는 원리, 당뇨병에서 무엇이 어긋나는지를 정리했습니다.

밥 한 그릇에는 포도당으로 바뀔 녹말이 가득합니다. 먹고 나면 피 속의 포도당 농도, 곧 혈당이 올라야 하고 점심을 거르면 떨어져야 할 텐데, 건강한 사람의 혈당은 하루 종일 0.1 % 언저리에서 조금 오르내릴 뿐입니다. 누가 어떻게 맞추는 걸까요. 혈당 조절을 맡은 호르몬은 둘입니다.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과 올리는 글루카곤입니다. 하나로 올리고 내리면 될 것 같은데 왜 둘이 필요한지, 혈당 조절의 원리를 따라가 봅니다.
인슐린은 낮추고 글루카곤은 올립니다
혈당을 재고 호르몬을 내는 곳은 이자입니다. 이자 속에 섬처럼 흩어진 세포 무리인 이자섬에는 두 종류의 세포가 있습니다. 식사 뒤 혈당이 오르면 이자섬의 β세포가 그것을 감지하고 인슐린을 피로 내보냅니다. 인슐린은 간과 근육이 포도당을 글리코젠으로 묶어 저장하게 하고, 온몸의 세포가 피에서 포도당을 더 많이 받아들이게 합니다. 피에서 포도당이 빠져나가니 혈당이 내려갑니다.

반대로 끼니를 거르거나 운동으로 포도당을 써서 혈당이 내려가면 이자섬의 α세포가 글루카곤을 내보냅니다. 글루카곤은 간에 저장된 글리코젠을 포도당으로 도로 풀어 피로 내보내게 합니다. 혈당이 올라갑니다. 두 호르몬은 같은 이자에서 나와 같은 간에 작용하면서 서로 반대의 일을 합니다. 이렇게 한 쌍이 반대 방향으로 일하는 것을 길항 작용이라 합니다.

조절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인슐린이 혈당을 내리면 β세포는 그만큼 인슐린을 덜 냅니다. 결과가 원인을 되돌려 끄는 음성 피드백이라, 혈당은 한쪽으로 치닫지 않고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혈당의 변화는 간뇌의 시상 하부도 감지해 자율 신경으로 이자에 신호를 보냅니다. 부교감 신경은 인슐린 분비를, 교감 신경은 글루카곤 분비를 재촉합니다. 급히 혈당을 올려야 할 때는 교감 신경이 부신 속질의 에피네프린까지 불러 간의 글리코젠을 풀게 합니다.
왜 하나로는 안 될까
인슐린 하나만 있다고 해 봅시다. 혈당이 오르면 인슐린을 많이 내어 낮출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혈당이 내려갔을 때 할 수 있는 일은 인슐린을 덜 내는 것뿐입니다. 덜 낸다고 해서 간에 쌓인 글리코젠이 저절로 포도당으로 풀려 나오지는 않습니다. 창고에서 꺼내 오라는 신호가 따로 있어야 하고, 그것이 글루카곤입니다. 자동차에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가 따로 있는 것과 같습니다. 페달에서 발을 떼는 것만으로는 멈추지 못합니다.
양쪽으로 빨리 맞추어야 하는 까닭은 뇌에 있습니다. 뇌는 에너지원으로 거의 포도당만 쓰고 저장해 두지도 않습니다. 혈당이 너무 낮아지면 뇌가 먼저 멈춥니다. 반대로 혈당이 오래 높으면 혈관과 콩팥이 상합니다. 그래서 식사 뒤에는 인슐린이, 밤새 굶은 아침에는 글루카곤이 번갈아 일하며 혈당을 0.1 % 로 되돌립니다. 간은 그 사이에서 포도당을 쌓았다 풀었다 하는 창고입니다.
시험에서는 이렇게 나옵니다
- 식사 뒤 그래프. 혈당 상승 → 인슐린 농도 상승, 글루카곤 농도 하강. 공복·운동 때는 혈당 하강 → 글루카곤 상승, 인슐린 하강. 인슐린 곡선은 혈당 곡선보다 조금 늦게 오릅니다.
- 세포와 호르몬 짝. 이자섬 β세포 → 인슐린, α세포 → 글루카곤. 표적 기관은 둘 다 간.
- 작용 방향. 인슐린은 포도당 → 글리코젠 합성 촉진과 세포의 포도당 흡수 촉진. 글루카곤은 글리코젠 → 포도당 분해 촉진.
- 신경의 몫. 부교감 신경 → 인슐린 분비 촉진. 교감 신경 → 글루카곤·에피네프린 분비 촉진.
- 당뇨병 그래프. 1형은 β세포가 파괴되어 식사 뒤에도 인슐린 농도가 오르지 않습니다(인슐린 주사로 치료). 2형은 인슐린 농도는 오르는데 혈당이 내려가지 않습니다 — 표적 세포가 인슐린에 반응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둘 다 혈당이 높아 오줌으로 포도당이 나옵니다.
자주 헷갈리는 것
- "인슐린이 포도당을 분해한다" — 인슐린은 포도당을 글리코젠으로 합성해 저장하게 하고 세포로 들여보낼 뿐입니다. 포도당을 분해해 에너지를 얻는 일은 세포 안의 세포 호흡이 합니다.
- "글루카곤과 글리코젠은 같은 것" — 글루카곤은 α세포가 내는 호르몬이고, 글리코젠은 포도당을 수백 개씩 묶어 간과 근육에 쌓아 둔 저장 물질입니다. 글루카곤이 글리코젠을 풉니다.
- "혈당이 높으면 글루카곤이 나온다" — 반대입니다. 혈당이 높으면 인슐린, 낮으면 글루카곤입니다.
- "당뇨병은 모두 인슐린이 모자라는 병" — 2형 당뇨병은 인슐린이 나와도 세포가 알아듣지 못하는 병입니다. 호르몬의 양이 아니라 수용체의 반응이 문제입니다.
정리합니다. 혈당이 오르면 이자의 β세포가 인슐린을 내어 간과 근육이 포도당을 글리코젠으로 쌓고 세포가 포도당을 받아들여 혈당이 내려갑니다. 혈당이 내리면 α세포가 글루카곤을 내어 간의 글리코젠을 포도당으로 풀어 혈당이 올라갑니다. 두 호르몬의 길항 작용과 음성 피드백이 혈당을 0.1 % 로 되돌리고, 어느 한쪽이 빠지면 혈당은 한 방향으로만 움직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