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 와 산성·염기성 — 7이 중성인 이유
pH 는 왜 7이 중성이고, 숫자가 작을수록 산성이 강할까요. pH 가 수소 이온 농도의 지수라는 것, 한 칸에 농도가 10배씩 달라지는 까닭, 물의 자동 이온화에서 7이 나오는 과정, 지시약의 색과 묽힐 때의 pH 변화까지 정리했습니다.

세안제 광고에는 "pH 5.5 약산성" 이라는 말이 붙고, 수질 검사 결과에는 pH 7 안팎이라는 숫자가 적힙니다. pH 는 7이 중성이고 그보다 작으면 산성, 크면 염기성입니다. 그런데 왜 하필 7일까요. 0이나 10처럼 딱 떨어지는 수가 아니라 7이 한가운데인 데에는 물이 정한 이유가 있습니다.
pH 는 수소 이온 농도를 적는 눈금입니다
수용액이 얼마나 산성인지는 그 안에 든 수소 이온의 농도가 정합니다. 물속의 수소 이온은 물 분자에 붙어 로 있다는 것은 산과 염기의 정의에서 다루었습니다. 문제는 이 농도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것입니다. 진한 산에서는 1 M 쯤이고, 진한 염기에서는 10⁻¹⁴ M 까지 내려갑니다. 0.00000001 같은 수를 매번 쓸 수는 없으니, 10의 지수만 떼어서 부호를 바꿔 적기로 했습니다. 그것이 pH 입니다.

이 약속에서 두 가지가 따라 나옵니다. 첫째, 부호를 바꿨으므로 수소 이온이 많을수록 pH 는 작습니다. 숫자가 작은 쪽이 강한 산성입니다. 둘째, 지수를 적은 것이므로 pH 가 1 달라지면 농도는 10배 달라집니다. pH 3 인 용액은 pH 4 인 용액보다 수소 이온이 10배 많고, pH 5 인 용액보다는 100배 많습니다.
7이 중성인 이유 — 물도 조금은 이온으로 나뉩니다
순수한 물에는 이온이 전혀 없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물 분자끼리 양성자를 주고받아, 아주 적은 수의 분자가 와 로 나뉘어 있습니다. 이것을 물의 자동 이온화라고 합니다. 이때 두 이온의 농도를 곱한 값은 온도가 같으면 언제나 일정합니다.
순수한 물에서는 가 하나 생길 때 도 하나 생기므로 두 농도가 같습니다. 곱해서 10⁻¹⁴ 이 되는 같은 두 수는 10⁻⁷ 입니다. 그래서 순수한 물의 수소 이온 농도는 10⁻⁷ M 이고, pH 는 7입니다. 7은 14를 반으로 나눈 값이고, 14는 물이 이온화하는 정도에서 나온 수입니다.
곱이 일정하다는 것은 한쪽이 늘면 다른 쪽이 줄어든다는 뜻입니다. 물에 산을 넣어 가 늘어나면 는 그만큼 줄어듭니다. 그래서 수용액의 액성은 두 이온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많은가로 정해집니다. 가 더 많으면 산성, 둘이 같으면 중성, 가 더 많으면 염기성입니다.
지시약은 pH 를 색으로 보여 줍니다
pH 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물질을 지시약이라고 합니다. 색이 바뀌는 자리가 지시약마다 다릅니다.

- 리트머스: 산성에서 붉은색 · 염기성에서 푸른색
- BTB 용액: 산성에서 노란색 · 중성에서 초록색 · 염기성에서 파란색
- 페놀프탈레인 용액: 산성과 중성에서 무색 · 염기성에서 붉은색
- 메틸 오렌지 용액: 산성에서 붉은색 · 중성과 염기성에서 노란색
산성 용액에 염기를 조금씩 넣으면 와 가 만나 물이 되므로 pH 가 점점 커집니다. BTB 용액을 넣어 두었다면 노란색에서 초록색을 거쳐 파란색으로 바뀝니다. 이 과정은 중화 반응에서 자세히 다루었습니다.
시험에서는 이렇게 나옵니다
- 농도와 pH 바꾸기. 수소 이온 농도가 10⁻⁴ M 이면 pH 는 4입니다. 지수의 부호만 바꿉니다.
- pH 차이를 농도의 배수로 바꾸기. pH 가 1 작으면 수소 이온 농도는 10배, 2 작으면 100배, 3 작으면 1000배입니다.
- 묽히기. 염산 같은 강한 산의 수용액을 물로 10배 묽히면 pH 가 1 커집니다. 수산화 나트륨 수용액 같은 강한 염기의 수용액은 10배 묽히면 pH 가 1 작아집니다. 어느 쪽이든 7 쪽으로 다가갑니다.
- 수산화 이온 농도 구하기. 25 °C 에서 두 농도의 곱이 10⁻¹⁴ 이므로, pH 가 3 인 용액의 농도는 10⁻¹¹ M 입니다.
- 액성 판단. 산성: 가 보다 많음 · 중성: 같음 · 염기성: 적음.
- 중화 반응에서 pH 의 변화. 산에 염기를 넣으면 pH 증가, 염기에 산을 넣으면 pH 감소.
- 지시약의 색. 페놀프탈레인은 염기성에서만 붉고, BTB 는 중성에서 초록색입니다.
자주 헷갈리는 것
- "pH 가 클수록 산성이 강하다" — 반대입니다. pH 는 지수의 부호를 바꾼 값이라, 수소 이온이 많을수록 작아집니다.
- "pH 2 는 pH 4 보다 두 배 강한 산성이다" — 수소 이온 농도는 100배입니다. pH 한 칸은 두 배가 아니라 10배입니다.
- "산성 용액에는 수산화 이온이 없다" — 있습니다. 두 이온의 농도를 곱한 값이 일정하므로 어느 한쪽이 0이 될 수 없습니다. 산성 용액은 가 없는 용액이 아니라 보다 적은 용액입니다.
- "산성 용액을 계속 묽히면 염기성이 된다" — 되지 않습니다. 묽힐수록 pH 는 7에 가까워질 뿐, 7을 넘지 못합니다. 물을 아무리 넣어도 가 보다 적어지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 "pH 7 이면 언제나 중성이다" — 25 °C 에서 그렇습니다. 온도가 높아지면 물이 더 많이 이온화하여 가 커지고, 중성인 물의 pH 는 7보다 작아집니다. 그래도 두 이온의 농도가 같으므로 중성입니다. 중성의 기준은 숫자 7이 아니라 두 농도가 같다는 것입니다.
정리합니다. pH 는 수소 이온 농도의 지수에서 부호를 바꾼 값이라서, 작을수록 산성이 강하고 한 칸에 농도가 10배씩 달라집니다. 물은 스스로 조금 이온화하고, 25 °C 에서 두 이온 농도의 곱이 10⁻¹⁴ 으로 일정합니다. 두 농도가 같은 순수한 물에서 수소 이온 농도가 10⁻⁷ M 이므로, 중성의 pH 가 7입니다.
그림 참고: [Wikimedia Commons, PH Scale (CC BY 3.0)](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PH_Scale.svg) 의 도해 구도를 따라 다시 그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