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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2026년 10월 23일

분자의 모양 — 물 분자는 왜 굽어 있을까

물 분자의 두 수소는 일직선이 아니라 104.5° 로 꺾여 있습니다. 중심 원자의 전자쌍이 서로 밀어내며 가장 멀리 떨어지려 하기 때문입니다. 전자쌍 반발로 직선형·평면 삼각형·정사면체·삼각뿔·굽은형이 나오는 까닭, 결합각의 순서, 모양이 극성을 정하는 법을 정리했습니다.

분자의 모양 — 물 분자는 왜 굽어 있을까

물의 화학식은 H2O\mathrm{H_2O} 입니다. 산소 하나에 수소 둘이니 H–O–H 가 막대처럼 일직선으로 늘어서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실제 물 분자는 굽은형입니다. 두 수소가 산소를 사이에 두고 104.5° 로 꺾여 붙어 있습니다. 같은 세 원자짜리 분자인 이산화 탄소 CO2\mathrm{CO_2} 는 반듯한 직선형입니다. 원자 수가 같은데 분자의 모양은 왜 다를까요. 답은 중심 원자 둘레에 있는 전자쌍에 있습니다.

전자쌍은 서로 밀어냅니다

분자에서 원자를 잇는 것은 두 원자가 함께 쓰는 공유 전자쌍입니다(이온 결합과 공유 결합). 그런데 중심 원자에는 결합에 쓰이지 않고 제 몸에 남아 있는 전자쌍도 있습니다. 이것이 비공유 전자쌍입니다. 산소는 최외각 전자가 여섯이라 수소 둘과 결합하고 나면 전자쌍 둘이 남고, 질소는 다섯이라 수소 셋과 결합하면 하나가 남습니다. 탄소는 넷이라 수소 넷과 결합하면 남는 것이 없습니다.

전자는 모두 음전하라 전자쌍끼리 서로 밀어냅니다. 그래서 중심 원자 둘레의 전자쌍들은 서로 가장 멀리 떨어지는 자리를 찾아갑니다. 전자쌍이 둘이면 반대쪽으로 180°, 셋이면 평면 위에 120° 씩, 넷이면 정사면체의 꼭짓점 방향으로 109.5° 씩 벌어집니다. 분자의 모양은 이 전자쌍 배치에서 비공유 전자쌍을 빼고 원자가 있는 자리만 이어 본 것입니다.

중심 원자의 전자쌍 수와 분자의 모양 — 전자쌍 둘이면 직선형 180°, 셋이면 평면 삼각형 120°, 넷이면 정사면체 109.5° 이고, 넷 가운데 비공유 전자쌍이 하나면 삼각뿔(암모니아 107°), 둘이면 굽은형(물 104.5°)이 된다

그림의 왼쪽 셋은 비공유 전자쌍이 없는 분자입니다. 플루오린화 베릴륨 BeF2\mathrm{BeF_2} 는 전자쌍 둘이라 직선형, 삼플루오린화 붕소 BF3\mathrm{BF_3} 는 셋이라 평면 삼각형, 메테인 CH4\mathrm{CH_4} 는 넷이라 정사면체입니다. 오른쪽 둘은 전자쌍이 메테인처럼 넷이지만 그중 일부가 비공유 전자쌍입니다. 암모니아 NH3\mathrm{NH_3} 는 넷 가운데 하나가 비어 있어 수소 셋만 보면 삼각뿔, 물은 둘이 비어 있어 수소 둘만 보면 굽은형입니다. 물 분자가 굽은 까닭은 산소에 남은 비공유 전자쌍 둘이 정사면체의 두 꼭짓점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합각은 비공유 전자쌍이 많을수록 작아집니다

메테인·암모니아·물은 모두 전자쌍이 넷인데 결합각은 109.5° → 107° → 104.5° 로 줄어듭니다. 비공유 전자쌍이 공유 전자쌍보다 더 넓게 자리를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공유 전자쌍은 두 원자핵 사이에 끼어 있어 좁게 몰리지만, 비공유 전자쌍은 중심 원자 하나에만 붙어 있어 넓게 퍼집니다. 그래서 전자쌍 사이의 반발력은 비공유–비공유 쌍이 가장 크고, 비공유–공유 쌍이 다음, 공유–공유 쌍이 가장 작습니다. 비공유 전자쌍이 많을수록 공유 전자쌍들이 더 좁게 밀려 결합각이 줄어듭니다.

이산화 탄소가 직선형인 것도 같은 원리입니다. 탄소는 산소 둘과 각각 이중 결합을 하는데, 한 원자와 맺은 이중 결합·삼중 결합은 모양을 정할 때 전자쌍 하나처럼 셉니다. 탄소 둘레에는 두 방향의 전자 무리만 있으니 180° 로 벌어져 직선이 됩니다.

모양이 분자의 극성을 정합니다

산소는 수소보다 전자를 세게 끌어당겨 O–H 결합마다 산소 쪽이 조금 음(−), 수소 쪽이 조금 양(+)이 됩니다. 이렇게 한쪽으로 치우친 결합을 극성 결합이라 합니다. 분자 전체가 극성인지는 극성 결합이 어느 방향으로 놓였는지에 달렸습니다. 물은 굽은형이라 두 O–H 의 치우침이 같은 쪽을 향해 더해지고, 분자 전체가 산소 쪽은 음, 수소 쪽은 양인 극성 분자가 됩니다.

이산화 탄소와 물의 극성 — 이산화 탄소는 직선형이라 두 C=O 결합의 치우침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상쇄되어 무극성이고, 물은 굽은형이라 두 O–H 결합의 치우침이 한쪽으로 더해져 극성 분자가 된다

이산화 탄소의 C=O 결합도 극성 결합입니다. 그런데 직선형이라 두 결합의 치우침이 정반대 방향이어서 서로 상쇄됩니다. 그래서 이산화 탄소는 극성 결합을 가진 무극성 분자입니다. 메테인도 C–H 결합 넷이 정사면체로 고르게 퍼져 상쇄되니 무극성이고, 암모니아는 삼각뿔이라 상쇄되지 않아 극성입니다. 물이 소금을 녹이고 서로 잘 달라붙어 표면 장력이 큰 것, 전자레인지가 물을 데우는 것이 모두 물 분자가 굽어 있어 극성이기 때문입니다(물의 특성).

시험에서는 이렇게 나옵니다

  • 중심 원자의 공유 전자쌍·비공유 전자쌍 수를 세고 모양을 고릅니다. 전자쌍 2 는 직선형, 3 은 평면 삼각형, 4 는 정사면체. 넷 가운데 비공유 전자쌍이 1 이면 삼각뿔, 2 면 굽은형.
  • 결합각을 견줍니다. CH4\mathrm{CH_4} 109.5° > NH3\mathrm{NH_3} 107° > H2O\mathrm{H_2O} 104.5°. 비공유 전자쌍이 많을수록 결합각이 작습니다.
  • 반발력의 크기 순서: 비공유–비공유 > 비공유–공유 > 공유–공유.
  • 다중 결합은 전자쌍 하나로 셉니다. CO2\mathrm{CO_2} 는 직선형, HCN\mathrm{HCN} 도 직선형.
  • 극성을 가립니다. 극성 결합이 있어도 직선형·평면 삼각형·정사면체처럼 대칭이면 무극성(CO2\mathrm{CO_2} · BF3\mathrm{BF_3} · CH4\mathrm{CH_4}), 삼각뿔·굽은형이면 극성(NH3\mathrm{NH_3} · H2O\mathrm{H_2O}).

자주 헷갈리는 것

  • "비공유 전자쌍은 보이지 않으니 모양과 상관없다" — 비공유 전자쌍도 자리를 차지합니다. 물이 굽은 것이 바로 비공유 전자쌍 둘 때문입니다. 다만 모양의 이름은 원자가 있는 자리만 보고 붙입니다.
  • "극성 결합이 있으면 극성 분자다" — 결합의 극성과 분자의 극성은 다릅니다. 이산화 탄소는 극성 결합 둘이 반대 방향으로 상쇄되어 무극성입니다.
  • "암모니아는 평면 삼각형이다" — 평면 삼각형은 비공유 전자쌍이 없는 BF3\mathrm{BF_3} 입니다. 암모니아는 비공유 전자쌍 하나가 한 꼭짓점을 차지해 질소가 세 수소 위로 솟은 삼각뿔입니다.

정리합니다. 중심 원자 둘레의 전자쌍은 서로 밀어내며 가장 멀리 떨어지는 자리로 가고, 분자의 모양은 그 가운데 원자가 있는 자리만 이은 것입니다. 전자쌍 둘은 직선형, 셋은 평면 삼각형, 넷은 정사면체이며, 넷 중 비공유 전자쌍이 하나면 삼각뿔, 둘이면 굽은형입니다. 비공유 전자쌍이 많을수록 결합각이 줄고, 모양이 대칭이면 극성 결합이 있어도 무극성 분자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