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 노트
통합과학·2026년 9월 23일

기본량과 단위 — 1 미터는 어떻게 정해졌나

자에 찍힌 1 미터는 누가 어떻게 정했을까요. 측정의 바탕이 되는 일곱 기본량과 그것을 조합한 유도량, 그리고 미터·킬로그램·초의 기준이 지구와 쇠막대에서 자연 상수로 옮겨 간 까닭을 정리했습니다.

기본량과 단위 — 1 미터는 어떻게 정해졌나

필통에서 자를 꺼내 보면 1 미터를 100칸으로 나눈 눈금이 찍혀 있습니다. 그런데 그 1 미터는 누가 정했을까요. 어딘가에 "진짜 1 미터" 가 있어서 세상의 모든 자가 그것을 베낀 걸까요. 실제로 한때는 그랬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기본량과 단위의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합니다.

측정은 일곱 가지에서 시작합니다

무엇을 재든 결국은 몇 가지 기본이 되는 양으로 돌아옵니다. 다른 양으로 풀어 쓸 수 없어서 맨 아래에 두기로 약속한 양, 이것이 기본량입니다. 국제단위계는 일곱을 씁니다.

측정의 바탕이 되는 일곱 기본량과 그 단위 — 길이는 미터, 질량은 킬로그램, 시간은 초, 전류는 암페어, 온도는 켈빈, 물질량은 몰, 광도는 칸델라
  • 길이 — 미터(m)
  • 질량 — 킬로그램(kg)
  • 시간 — 초(s)
  • 전류 — 암페어(A)
  • 온도 — 켈빈(K)
  • 물질량 — 몰(mol)
  • 광도 — 칸델라(cd)

일곱이라는 숫자에 깊은 뜻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자연이 일곱 개로 되어 있어서가 아니라, 이만큼만 정해 두면 나머지를 다 만들 수 있어서 이렇게 정한 것입니다.

나머지는 모두 조합입니다

기본량을 곱하고 나누어 만든 양을 유도량이라고 합니다. 단위도 똑같이 조합됩니다.

v=stv = \dfrac{s}{t}속력은 길이를 시간으로 나눈 것 — 단위는 m/s
ρ=mV\rho = \dfrac{m}{V}밀도는 질량을 부피로 나눈 것 — 단위는 kg/m^3
F=maF = ma힘은 질량 곱하기 가속도 — 단위는 kg·m/s², 이것을 N 이라 부릅니다

단위가 곧 그 양이 무엇인지 말해 줍니다. m/s 라고 적혀 있으면 길이를 시간으로 나눈 양이고, 넓이 m² 는 길이를 두 번 곱한 양입니다. 그래서 식을 세우고 나서 양변의 단위가 맞는지 보는 것만으로 계산이 어긋났는지 알 수 있습니다. 속력을 구했는데 단위가 kg 으로 나왔다면 식이 틀린 것입니다.

1 미터의 기준은 이렇게 바뀌어 왔습니다

1 미터의 기준이 바뀌어 온 세 단계 — 처음에는 북극에서 적도까지 자오선 길이의 1천만분의 1, 다음에는 백금과 이리듐으로 만든 금속 막대, 지금은 빛이 진공에서 정해진 시간 동안 간 거리

처음 미터를 만든 사람들은 지구를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북극에서 적도까지 자오선을 따라 잰 길이의 1천만분의 1, 그것을 1 미터로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지구는 어디로 사라지지 않으니 든든해 보였습니다.

문제는 그 길이를 다시 재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자를 만들 때마다 자오선을 측량하러 갈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다음 기준은 금속 막대가 되었습니다. 백금과 이리듐을 섞어 만든 막대에 새긴 두 금 사이가 1 미터, 그것을 국제도량형국에 보관하고 각 나라가 복제본을 나눠 가졌습니다. 앞에서 말한 "진짜 1 미터" 가 이때는 정말 있었던 셈입니다.

그런데 금속 막대도 완벽하지 않았습니다. 온도가 바뀌면 늘고 줄고, 아주 조금씩 닳고, 무엇보다 그 하나가 부서지면 세상의 길이 기준이 통째로 사라집니다. 그래서 지금은 을 기준으로 씁니다.

c=299792458 m/sc = 299\,792\,458\ \mathrm{m/s}진공에서 빛의 속력 — 재는 값이 아니라 정해 둔 값입니다

빛이 진공에서 299 792 458분의 1초 동안 나아간 거리, 그것이 1 미터입니다. 빛의 속력을 숫자로 못박아 두고 거꾸로 길이를 정의한 것입니다. 이 기준은 닳지도 늘지도 않고, 실험실만 있으면 지구 어디서든 다시 만들 수 있습니다.

킬로그램도 초도 같은 길을 갔습니다

킬로그램의 기준도 오랫동안 금속 덩어리였습니다. 백금과 이리듐으로 만든 원기둥 하나가 국제 킬로그램 원기였고, 세상의 모든 저울이 그것을 따랐습니다. 그런데 복제본들을 오랜만에 모아 견주어 보니 서로 미세하게 달라져 있었습니다. 어느 쪽이 변한 것인지조차 알 수 없었습니다. 기준이 하나뿐이면 그 기준이 변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두 겹의 유리 종 안에 보관된 국제 킬로그램 원기 — 키와 지름이 비슷한 뭉툭한 백금·이리듐 원기둥 하나가 거울처럼 닦인 받침 위에 놓여 있고, 이 금속 덩어리 하나가 오랫동안 세상의 1 킬로그램 기준이었다

지금의 킬로그램은 플랑크 상수를 정해진 값으로 못박아 정의합니다. 초는 이미 그 전부터 원자를 썼습니다. 세슘 원자가 내는 빛의 진동이 9 192 631 770번 되풀이되는 데 걸리는 시간, 그것이 1초입니다. 원자는 닳지 않고, 지구 반대편의 세슘 원자도 똑같이 진동합니다.

일곱 기본 단위가 모두 이 길을 갔습니다. 사람이 만든 물건이 아니라 변하지 않는 자연 상수에 단위를 묶는 것, 그것이 지난 200년 동안 단위의 역사가 향해 온 방향입니다.

시험에서는 이렇게 나옵니다

  • 주어진 양이 기본량인지 유도량인지 가려내기. 길이·질량·시간·전류·온도·물질량·광도만 기본량이고 넓이·부피·속력·밀도·힘·압력·에너지는 모두 유도량입니다.
  • 유도 단위를 기본 단위로 풀어 쓰기. N 은 kg·m/s², Pa 는 kg/(m·s²) 입니다.
  • 단위로 식을 검산하기. 양변의 단위가 다르면 식이 틀린 것입니다.
  • 접두어 환산. k 는 1000배, c 는 100분의 1, m 은 1000분의 1, μ 는 100만분의 1입니다.
  • 단위의 기준이 물체에서 자연 상수로 바뀐 까닭 쓰기. 물체는 변하고 잃어버릴 수 있지만 자연 상수는 어디서나 같기 때문입니다.

자주 헷갈리는 것

  • "기본량은 중요한 양, 유도량은 덜 중요한 양" — 중요도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에너지는 대단히 중요하지만 유도량이고, 광도는 일상에서 드물게 쓰지만 기본량입니다. 다른 양으로 풀어 쓸 수 없어 바닥에 두기로 약속한 것이 기본량입니다.
  • "질량과 무게는 같은 말" — 질량은 기본량이고 단위는 kg, 무게는 질량에 중력이 작용한 힘이라 유도량이고 단위는 N 입니다. 달에 가면 무게는 줄지만 질량은 그대로입니다.
  • "빛의 속력은 정밀하게 잰 값" — 지금은 재는 값이 아니라 정해 둔 값입니다. 그 숫자를 고정하고 거꾸로 1 미터를 정의했으므로, 앞으로 아무리 정밀하게 측정해도 이 값은 바뀌지 않습니다.
  • "어딘가에 진짜 1 미터 막대가 보관되어 있다" — 이제는 없습니다. 정의만 있고 원본은 없습니다. 조건만 갖추면 누구나 자기 실험실에서 1 미터를 새로 만들 수 있습니다.

정리합니다. 측정의 바탕에는 길이·질량·시간·전류·온도·물질량·광도 일곱 기본량이 있고, 나머지 양은 모두 이것을 곱하고 나눠 만든 유도량입니다. 미터와 킬로그램의 기준은 지구와 금속 막대에서 출발해 빛의 속력과 플랑크 상수로 옮겨 갔습니다. 변하는 물건 대신 변하지 않는 자연 상수에 단위를 묶은 것이 그 변화의 핵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