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 노트
통합과학·2026년 9월 24일

세균과 바이러스 — 감기에 항생제가 듣지 않는 이유

둘 다 병을 일으키는데 왜 약은 따로일까요. 세포인 세균과 세포가 아닌 바이러스의 구조 차이, 혼자 늘어나는 것과 남의 세포를 빌려야 늘어나는 것의 차이, 그리고 그 차이가 왜 치료법을 갈라놓는지 정리했습니다.

세균과 바이러스 — 감기에 항생제가 듣지 않는 이유

감기에 걸려 병원에 갔는데 항생제를 주지 않아 서운했던 적이 있을 겁니다. 약을 아끼려는 것이 아닙니다. 감기에는 항생제가 아예 듣지 않기 때문입니다. 감기를 일으키는 것은 바이러스인데, 항생제는 세균을 잡는 약이거든요. 둘 다 눈에 안 보이고 둘 다 병을 일으키는데, 무엇이 그렇게 다를까요.

세균은 세포이고 바이러스는 세포가 아닙니다

세균은 그 자체가 하나의 세포입니다. 세포막이 있고, 그 바깥에 세포벽이 있고, 안에는 세포질과 리보솜과 유전 물질이 들어 있습니다. 핵막에 싸인 핵이 없어 유전 물질이 세포질에 그대로 놓여 있다는 점이 우리 몸의 세포와 다르지만, 세포가 갖출 것은 다 갖추었습니다.

바이러스는 그렇지 않습니다. 가진 것은 유전 물질과 그것을 감싼 단백질 껍질뿐입니다. 세포막도 세포질도 리보솜도 없습니다. 세포가 아니라 유전 물질을 담은 꾸러미에 가깝습니다.

크기도 크게 다릅니다. 세균은 보통 1~5 μm 로 광학 현미경에 보이지만, 바이러스는 20~300 nm 라 전자 현미경이 있어야 보입니다. 길이로 수십 배, 부피로는 수만 배 차이입니다.

적혈구와 세균과 바이러스의 크기 비교 — 적혈구는 약 7 마이크로미터, 세균은 약 2 마이크로미터, 바이러스는 약 0.1 마이크로미터로 오른쪽으로 갈수록 크기가 열 배씩 작아진다

바이러스는 혼자서 늘어나지 못합니다

이 구조 차이는 곧 늘어나는 방식의 차이로 이어집니다.

세균은 양분과 온도만 맞으면 스스로 물질대사를 하며 자랍니다. 그러다 충분히 자라면 둘로 갈라집니다. 이것이 분열법입니다. 하나가 둘, 둘이 넷으로 늘어나니 조건이 좋으면 수가 아주 빠르게 불어납니다. 살아 있는 세포가 없어도 배지 위에서 키울 수 있습니다.

바이러스는 스스로 물질대사를 하지 못합니다. 늘어나려면 살아 있는 세포 안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숙주 세포에 달라붙어 유전 물질을 집어넣고, 숙주 세포가 가진 재료와 효소를 빌려 자기 유전 물질과 껍질을 잔뜩 만들게 한 다음, 조립된 바이러스가 세포를 터뜨리고 나옵니다.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의 막 위에 다리로 달라붙어 서 있는 모습 — 세포 표면에 내려앉은 바이러스 다섯이 머리와 자루와 다리를 갖추고 있고 세포 안으로 들어간 것은 아직 없다

숙주 밖에서 바이러스는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물질대사도 없고 자극에 반응하지도 않습니다. 정제하면 소금처럼 결정으로 얻어지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세포 안에 들어가면 유전 물질을 복제하고 변이도 일으킵니다. 그래서 바이러스를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에 있다고 말합니다.

세균과 바이러스가 수를 늘리는 방식 비교 — 세균은 스스로 자라 둘로 갈라지지만 바이러스는 숙주 세포에 달라붙어 유전 물질을 넣고 숙주의 재료로 복제와 조립을 한 뒤 세포 밖으로 나온다

그래서 약이 다릅니다

항생제는 세균에는 있고 사람 세포에는 없는 것을 공격합니다. 세포벽을 만들지 못하게 막거나, 사람 것과 모양이 다른 세균의 리보솜에 달라붙어 단백질을 못 만들게 합니다. 우리 세포를 다치게 하지 않으면서 세균만 골라 잡을 수 있는 이유입니다.

바이러스에는 그 표적이 처음부터 없습니다. 세포벽도 리보솜도 없으니까요. 게다가 바이러스는 우리 세포의 장치를 빌려 쓰므로, 바이러스를 막으려면 우리 세포 안에서 벌어지는 일에 손을 대야 합니다. 그래서 항바이러스제는 종류가 적고 특정 바이러스에만 듣습니다.

감기, 독감, 수두, 후천성 면역 결핍증은 바이러스가 일으키고 결핵, 파상풍, 식중독의 상당수는 세균이 일으킵니다. 원인이 다르면 약도 다릅니다. 반면 백신은 둘 다 쓸 수 있습니다. 백신은 병원체를 직접 죽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의 면역이 그 병원체를 미리 기억하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시험에서는 이렇게 나옵니다

  • 구조를 주고 세균인지 바이러스인지 고르기. 세포벽·세포막·리보솜이 있으면 세균, 유전 물질과 단백질 껍질만 있으면 바이러스입니다.
  • 바이러스가 생물의 특징을 보이는 조건 묻기. 숙주 세포 안에 있을 때입니다. 밖에서는 무생물처럼 행동합니다.
  • 바이러스가 가진 생물적 특징과 무생물적 특징을 갈라 쓰기. 유전 물질이 있고 증식·변이한다는 것이 생물적 특징, 세포 구조와 물질대사가 없다는 것이 무생물적 특징입니다.
  • 항생제가 듣는 질병 고르기. 원인이 세균인 것만 고릅니다.
  • 배지에서 배양되는지 묻기. 세균은 됩니다. 바이러스는 살아 있는 세포가 있어야 하므로 안 됩니다.

자주 헷갈리는 것

  • "바이러스는 아주 작은 세균이다" — 크기만 작은 것이 아니라 세포가 아닙니다. 세균은 세포 하나로 이루어진 생물이고, 바이러스는 세포 구조 자체가 없습니다.
  • "바이러스는 무생물이다" 또는 "생물이다" — 어느 한쪽으로 못 박지 않습니다. 숙주 안에서는 생물의 특징을, 밖에서는 무생물의 특징을 보입니다. 중간이라고 답해야 합니다.
  • "항생제를 많이 먹으면 감기가 빨리 낫는다" — 원인이 바이러스라 효과가 없습니다. 오히려 몸속 세균 가운데 약에 견디는 것만 살아남아 내성균이 늘어납니다.
  • "바이러스가 세포를 터뜨리는 것이 병의 전부" — 증상의 상당 부분은 우리 몸의 면역 반응입니다. 열이 나는 것은 바이러스가 열을 내서가 아닙니다.
  • "바이러스는 항상 사람에게 옮는다" — 바이러스마다 들어갈 수 있는 숙주 세포가 정해져 있습니다. 세포 표면에 맞는 자리가 있어야 달라붙습니다.

정리합니다. 세균은 세포벽과 리보솜을 갖춘 세포라 스스로 물질대사를 하고 분열로 늘어납니다. 바이러스는 유전 물질과 단백질 껍질뿐이라 숙주 세포 안에서만 늘어납니다. 항생제는 세균에만 있는 구조를 노리는 약이라 바이러스에는 표적이 없고, 그래서 감기에는 듣지 않습니다.